한글로 기록된 19세기 조선 왕실의 혼례 풍습을 엿보다

기획전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 덕온공주 한글 자료’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알리는 행사인 ‘혼례’는 예로부터 백년지대계로 여겨지며 중요한 예식으로 행해져 왔다. 그렇다면 조선 왕실의 혼례 모습은 어떠했으며, 지금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전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속 덕온공주의 혼례에서 한글로 기록된 당시의 혼례풍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글, [시대]와 어울리다

Ⅰ. 어울림

한글로 기록된 19세기 조선 왕실의 혼례 풍습을 엿보다 기획전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 덕온공주 한글 자료’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알리는 행사인 ‘혼례’는 예로부터 백년지대계로 여겨지며 중요한 예식으로 행해져 왔다. 그렇다면 조선 왕실의 혼례 모습은 어떠했으며, 지금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전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속 덕온공주의 혼례에서 한글로 기록된 당시의 혼례풍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순조의 막내딸, 덕온공주의 혼례를 기록한 한글 자료

조선 23대 왕 순조(純祖, 재위 1800~1834)와 왕비 순원왕후(純元王后, 1789∼1857)의 막내딸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막내 공주의 혼례날은 과연 어떠했을까?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미공개 한글 혼례 자료를 통해 덕온공주의 혼례를 소개하고 있다. 9월 13일은 180년 전 음력 8월 13일 덕온공주가 혼례를 치르고 저동(苧洞, 현 서울시 중구 위치)의 살림집으로 간 날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덕온공주가 혼례를 올린 날에 맞추어 9월 13일 전시 개막식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덕온공주의 혼례 및 혼인 생활과 관련된 한글 자료를 중심으로, 19세기 왕실 여성의 혼례와 한글 문화 그리고 공주를 시집보내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은 1부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 2부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로 구성되어 있다. 덕온공주의 혼례 과정과 혼수 발기,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책과 한글 편지 등 29건 41점의 자료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막내딸 시집보내는 어머니 순원왕후 마음이 절절한 전시

1부.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
1부에서는 덕온공주가 16살이 되던 해 치러진 생원 윤치승(尹致承, 1789~1841)의 아들 윤의선(尹宜善, 1823~1887)과의 혼례에 대한 내용을 보여 준다. 덕온공주가 혼례를 치르던 당시 공주에게 남은 가족은 어머니인 순원왕후뿐이었다.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혼수 발기는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잘 보여 준다(‘발기(-記)’는 사람이나 물건의 이름을 죽 써 놓은 글을 말함). 현재 발‧수신자가 명확히 밝혀진 궁중 발기 중, 공주가 받은 혼수 발기로는 덕온공주의 것이 유일하다. 길이가 5미터를 넘는 덕온공주 한글 혼수 발기에는 노리개, 비녀, 댕기 등의 장신구부터 사발, 대접 등의 그릇과 가위, 인두 등의 바느질 도구까지 살림에 쓰이는 온갖 물건이 담겨 있다. 발기에 남은 한글을 통해 19세기 당시 혼수품으로 가져갔던 ‘단쵸(단추)’, ‘공ᄎᆡᆨ(공책)’, ‘ᄃᆡ접(대접)’, ‘쳔니경(천리경)’ 등 우리말 어휘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1837년 덕온공주 혼례 당시 쓰였던 노리개, 비녀 상자, 화각 모필 등 실제 물건도 일부 전시된다.

1부 주요 전시 내용

1.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 발기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 발기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 발기 / 1837년 / 총 길이 541.5cm

순원왕후가 1837년 막내딸 덕온공주에게 보낸 혼수 목록이다. 목록의 끝에는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尹伯榮, 1888~1986)이 ‘대한 헌종성황뎨 뎡유 칠월 순조숙황뎨 제삼녀 덕온공주 길례시 혼수 발긔’라고 덕온공주의 혼수 발기임을 밝힌 기록이 있다. ‘발기(-記)’는 사람이나 물건의 이름을 죽 써 놓은 글을 말하며 주로 ‘ᄇᆞᆯ기’, ‘발긔’ 등으로 적었다. 덕온공주 혼수 발기에는 장신구, 문방구, 그릇, 바느질 도구 등의 살림이 두루 갖춰져 있다. 본문의 글씨는 궁중에서 전문적으로 글씨를 쓰던 서사 상궁의 솜씨로 여겨지며, 틀린 글씨를 수정하기 위해 종이를 덧댄 흔적도 있다. 5미터가 넘는 물목 길이로 순원왕후의 지극한 사랑을 가늠할 수 있으며, 물목 종이 색이 분홍색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2.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혼수 발기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혼수 발기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혼수 발기 / 1837년 / 총 길이 203.5cm

순원왕후가 1837년 사위인 윤의선(尹宜善, 1823~1887)에게 보낸 혼수의 목록이다. 목록의 끝에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尹伯榮, 1888~1986)이 ‘헌종성황뎨 삼년 뎡유의 순원숙황후 겨오사 셋재 딸님 덕온공주 길녜 하시고 부마 남녕위 윤공긔 하사하오신 발긔’라고 윤의선을 위한 혼수 내역을 밝힌 기록이 있다. 남자의 의복과 관련된 물건들이 쓰여 있다.

2부.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
2부는 덕온공주의 살림집인 저동에서의 생활을 보여 준다. 시집을 간 공주는 궁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으며, 공식적인 왕실 행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출입이 허락되었다. 이로 인해 덕온공주와 순원왕후가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데 한글 편지가 큰 역할을 했다. 순원왕후의 편지는 주로 사위인 윤의선 앞으로 보내졌는데, 봉투에는 윤의선의 작위인 ‘남녕위(南寧尉)’ 또는 임금의 사위를 뜻하는 ‘도위(都尉)’라고 쓰여 있다. 편지의 내용에 따르면 공주는 결혼 후 병치레가 잦았고, 병의 치료를 위해 궁으로 들어가 지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좌측부터) 『춘련春聯』, 『일촬금一撮禁』 표지

(좌측부터) 『춘련春聯』, 『일촬금一撮禁』 표지

한편, 덕온공주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영향으로 책을 읽거나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혼례 후 저동궁으로 들어가면서 가져간 국문·한문책의 수가 4천 권을 넘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각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들 가운데는 『일촬금一撮禁』, 『춘련春聯』과 같이 공주가 직접 베껴 쓴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나 「제갈무후마상점諸葛武侯馬上占」과 같이 당시의 문화와 풍속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2부 주요 전시 내용

1.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 편지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 편지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 편지 / 1838~1843년 추정 / 36.7(가로)×22.5(세로)cm

순원왕후(純元王后, 1789~1857)가 사위인 윤의선(尹宜善, 1823~1887)에게 보낸 편지이다. 두드러기 기운에 눈병까지 있는 덕온공주를 위하여 의원에게 물어 약을 지어 보내는 등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편지 내용 일부] 장마철 더위가 심하니 (염려) 떨쳐 버리지 못했는데, 더윗병으로 깨끗이 낫지 않았는가 싶으니 오늘은 어떠한지 염려하며, 덕온도 일전 두드러기 기운이 있고 날이 더워 그러한지 무엇 때문에 그런지 뒤척이고, 마른 안질도 있고 깔깔하게 말라 보이기에 오창렬에게 물어 약방문을 내어 그제와 어제까지 두 첩 먹었으나, 두드러기는 묵던 날 밤부터 괜찮았는데, 이 약은 두드러기 말 하고 넣은 것이니 괜찮을지 의심스러워 약방문을 보내니, 보고서 물어 보소. … (하략)

2. 제갈무후마상점

제갈무후마상점

제갈무후마상점 / 19세기 / 총 길이 71.2cm

새해를 맞아 재미로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일반 백성들 사이에 잘 알려진 풍습이나 자연물, 동물 등을 통해 점괘를 쉽고 재치 있게 풀어 놓았다. 점괘는 총 35개이며 ‘상상 9개, 상중 13개(실제 14개), 상하 3개(실제 2개), 중중 1개, 중하 1개, 하중 2개(실제 1개), 하하 7개’의 7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가장 등급이 높은 ‘상상’에는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괘’, ‘밭 갈 때 소를 얻은 괘’ 등이 있으며, 가장 등급이 낮은 ‘하하’에는 ‘물고기가 뭍에 난 괘’, ‘개가 호랑이를 만난 괘’ 등이 있다.

21세기 첨단 디지털 기술로 확인하는 19세기 한글 자료

전시장 안에서는 각종 IT 기술을 활용한 전시 내용 관련 영상 및 사진 자료도 만날 수 있다.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 주는 AR(Augmented Reality) 기법을 적용하여, 덕온공주의 혼례 과정과 덕온공주와 사위 윤의선이 받은 혼수 발기의 내용을 보여 주는 영상을 마련했다. 한편 태블릿을 이용하여 순원왕후가 딸 덕온공주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편지의 주요 내용을 자료 원문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제갈무후마상점」을 응용하여 만든 영상으로 간단하게 운수를 점쳐 볼 수 있는 체험 요소도 만날 수 있다. 최근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은 역사 속에 실재했던 덕온공주의 오빠 효명세자를 모델로 한 것이다. 드라마 속 묘사처럼 효명세자와 누이들의 관계는 각별하였고, 덕온공주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막내 공주였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면 어머니와 함께 한글박물관을 찾아 180년 전 공주의 혼례날을 기록한 한글 자료를 관람하며 글자마다 담긴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함께 느껴 봐도 좋겠다.

기획특별전 안내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기획특별전 안내

  • · 전 시 명: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덕온공주 한글 자료
  • · 전시기간: 2016년 9월 13일(화)~12월 18일(일)
  • · 전시장소: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 전시내용: 조선 후기(19세기) 왕실 여성의 한글 생활과 공주를 시집보내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음을 보여주는 덕온공주 한글 혼례 자료 30여 건
  • [전시회 바로 가기]

  • 진행 _ 박다연
  • 사진제공 _ 국립한글박물관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