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통해 해외와 소통하는 우리 한글 – [일본 도쿄 전시]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디자인을 통해 해외와 소통하는 우리 한글 일본 도쿄 전시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자, 한글은 이제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영역을 넓혀 또 다른 세계와의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7일 일본 도쿄 동경문화원에서 시작된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전시가 바로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한글의 원형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는 ‘훈민정음(해례)’을 활용한 디자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함께할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는 어떠한 메시지를 만나게 될까.

디자인으로 만나는 한글의 원형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전 포스터

▲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전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을 만든 목적, 문자원리, 창제시기, 창제자 등이 적혀 있는 ‘훈민정음’ 간행 570주년을 기념하여 도쿄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점 · 선 · 원을 소재로 하여 알기 쉬운 모형과 기본문자 8개로 28개 문자를 만드는 원리를 소개하며, 훈민정음에 담겨있는 15세기 한글의 원형을 디자인적으로 해석한 영상, 입체, 그래픽작품 약 30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시 기간 중에는 한글을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는 강좌 ‘가볍게 즐겨보는 한글’도 함께 개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국외에 양질의 한글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한글 디자인 전시 패키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목적을 반영한 것으로, 훈민정음(해례)의 원형을 디자인과 언어 · 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한글을 확장성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디자인인 작가군과의 협업을 통해 한글 자료의 디자인적 재해석 및 전통적 자료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특별한 전시가 될 전망이다.

한글 속에 깃든 다양한 가치의 재조명

전시의 주제는 ‘훈민정음(해례)의 디자인적 해석을 통한 한글의 원형성과 확장성 확인‘으로, 훈민정음(해례)의 내용을 재해석한 디자인 작가의 평면그래픽, 입체물, 영상물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1부 ‘쉽게 익혀 편히 쓰니’에서는 한글의 자형에 담긴 배려와 소통의 정신과 기획・합성 원리로 알 수 있는 한글의 논리성을 소개한다. 점 · 선 · 원으로 구성된 한글의 디자인 조형적 요소와 최소한의 글자로 다수의 음절이 생성되는 음소문자로서의 한글 그리고 한국의 문자생활 등이 소개되며, 자・모음의 가획 · 합성원리 및 활용 등 한글이 가진 고유의 논리성도 함께 조명된다. 특히, 언어학자인 노마 히데키 교수의 ‘한글의 탄생’ 내용과 한글의 특징을 설명하는 인터뷰 영상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부 ‘전환이 무궁하니’에서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된 한글의 확장성을 조명한다. 평면그래픽(시각디자인)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고 용자례(15세기) 단어 및 현대어를 다양한 형태로 제시하며, 훈민정음의 자형, 서체, 기능 등을 반영한 입체 작품을 통해 문자 차원을 넘어 선 한글 변형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 참여 작가 인터뷰] 안병학 작가

한글을 문자가 아닌, 예술적 활용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번 전시에는 각 분야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참가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중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과 조교수 안병학 작가에게 전시 주제에 대한 해석과 작품의 주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병학 작가

▲ 안병학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10월 도쿄에서 열리는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전시회에 참여하셨는데요. 전시의 주제인 ‘훈민정음(해례)의 디자인적 해석을 통한 한글의 원형성과 확장성 확인’을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하셨는지요?
이번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은 한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무심코 지나칠 만한 생각들의 단서를 찾아 그에 대한 작가의 상상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시 장소가 일본이고 많은 관람객이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분들이 아니며, 훈민정음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와 함께 상세히 설명하는 전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가 참여하는 작품에서는 한글에 대해 최대한 이런 자유로운 상상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쉽습니다. 또한, 편하게 한글을 접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훈민정음의 창제 배경과 훈민정음에 담긴 철학과 원리를 이해함과 동시에 한글과 소리, 형태 등에 관련한 다양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담긴 실험을 함께 즐긴다면, 보다 정확하고 폭넓은 전시 관람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이번 전시에 소개한 작품과 작품의 주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병학 작가의 작품들

▲ 안병학 작가의 작품들

우리글은 소리글자입니다. 훈민정음은 이미 입말로 사용하고 있던 음가에 글자의 형태를 부여한 것입니다. 그리고 훈민정음 이후 낱말과 낱말이 서로 조합하여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치 한자의 상형문자가 서로 다른 뜻을 가진 낱말이 모여 또 다른 뜻을 가진 낱말을 만들어내듯 파생되어 온 과정을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쓰는 ‘부엌’이라는 낱말은 ‘불’을 뜻하는 순우리말 ‘블’과 옆을 뜻하는 ‘섶’이라는 단어가 조합하여 ‘블섶’, ‘븟섶’, ‘브섭’, ‘부업’, ‘부억’, ‘부엌’으로 변화한 형태입니다. ‘부지깽이’의 ‘부’도 ‘불’에서 ‘ㄹ이 탈락한 형태이고, ‘불’과 ‘집개’에 접미사 ’앙이’가 붙어 불을 집는 도구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부싯돌’, ‘부삽’, 등 ‘불’과 관련한 단어가 있고요. ‘불’을 뜻하는 ‘블’이라는 음가가 최초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글자의 형태가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음가에 형태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불’의 시각적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따라서 제 작품은 지금 우리가 쓰는 낱말을 훈민정음 창제 이전 사람들이 낱말 없이 소리로만 썼을 때를 상상하며 그 소리가 불의 모습을 어떻게 반영한 것이었을까를 상상하는 작업과도 같았습니다. 구체적인 의미를 담기보다는 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의도로 작품을 제작했지요. 때문에 작품을 관람하실 때 작가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찾기보다는 ‘부엌’이라는 낱말이 유래하게 된 ‘불’, ‘섭’이라는 낱말의 뜻과 이미지를 떠올리며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나름대로 그 시기를 떠올려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이며, 작가님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위에 설명한 이유로 이번 제 작품은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모르고 매일 접하는 한글의 생성 시기를 돌아보며 글자 이전의 입말의 소리와 글자 이후의 글말의 형태에 어떤 추상적 개연성이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의 결과입니다. 작품의 취지를 이해하고, 관람객이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이 드러내는 이미지와 낱말, 소리의 관계를 상상해보시면 그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글자든, 소리와 형태 사이에 특정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자가 없었던 시기에는 어떤 사물, 사람이든 대상에 이름을 붙여 부르기 위해 소리로 만들어 입말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 대상의 속성과 특질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자가 만들어지면서 그 소리가 글자의 형태로 변환되어 쓰였죠. 그런데 한글은 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이므로 글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입말의 속성이 분명히 글자의 형태소 안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낱말은 오랜 시간 쓰여 오며 언어 습관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그 형태가 변해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낱말들은 지금 그 형태로는 연결점을 찾기 어렵지만, 낱말의 변화과정을 되돌아 찾아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원형의 낱말에서 소리에 담긴 대상의 의미나 이미지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되돌아 유추해보는 것이 이 작업의 목표이고요.
Q. 끝으로 전시의 관람객들 혹은 해당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관람을 위한 관람 포인트 등 간략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글은 소리글자, 한자는 뜻글자라는 생각은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언어를 구성하는 음성언어, 글자언어의 속성을 생각하면 어떤 언어든 이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양성을 찾아 들여다볼 수 있다면 한자든, 한글이든 더 풍요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병학 작가 소개
안병학은 런던 영국왕립예술대학과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작업실 사이사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에 중점을 둔 방식을 주요 작업 방법론으로 활용해 왔고, 최근에는 스스로의 관심사를 감각과 직관에 의존한 작업 방식 확장에 두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또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입장에서 디자인의 미래 역할을 다시 설정하는 주요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탐험하고 있기도 하다. 안병학은 지난 4회 타이포잔치에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내년에 있을 5회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포스터, 바벨의 도서관과 코드 저장소가 한국타이포그래피학회로부터 최우수상을 받았고, RCA의 졸업작품이 지속가능 RCA로부터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으며, 그가 참여한 전시기획 시각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동아미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업과 인터뷰가 아이디어 매거진과 아틀라스 오브 그래픽 디자인에 소개된 바 있다.

전시 안내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포스터 이미지

  • · 전 시 명: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 · 전시기간: 2016년 10월 7일(금)~10월 28일(금)
  • · 전시장소: 일본 도쿄 한국 문화원 갤러리 MI
  • [전시회 바로 가기]

  • 진행 _ 박다연
  • 사진제공 _ 국립한글박물관, 안병학